문득 떠오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들이 있다. 스쳐지나간다고 표현해도 좋을 찰나의 기억. 그 기억들은 아련하고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가끔 실재했던 일인지조차 까마득하다. 기억 그리고 함께했던 사람들. 친구도 사랑도 계절을 타고 지난다. 한 개의 악보를 들고 노래하는 꼬마들, 떡볶이에 소주를 마시는 젊은 여자들, 컴컴한 계단 위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연인,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고 하교하는 학생들. 불쑥 찾아오는 기억들은 뒤죽박죽이지만 모두 내가 함께 들어있다. 대부분 타인이 된 누군가와 함께. 목소리만 들어도 온도를 알 수 있던 우리들. 그 시절 우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.
